부산의 명동, 남포동에 초대형 올리브영이 떴다
지난 8월 28일 부산 남포동에 문을 연 ‘올리브영 남포 타운’은 약 900평, 4개 층 규모로 기존 올리브영 광복 타운을 확장 이전한 비수도권 최대 규모 매장이며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두 번째로 큽니다. 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주요 관광지와 가까운 입지를 바탕으로 1층에는 K뷰티 인기 상품을 모은 ‘K-Favorite floor’를, 2~4층에는 색조·K푸드·웰니스·스킨케어와 체험형 서비스를 구성했습니다. 오픈 초기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70%였으며, 스킨스캔 이용은 하루 약 700건, 뷰티 컨설턴트 상담은 하루 약 40건까지 이뤄졌습니다.
비수도권 최대 규모 ‘올리브영 남포 타운’에서 본 부산 구도심의 변화

"하루 종일 올리브영이 어디냐고 물어봐요. 하도 알려줘서 목이 다 따갑다니까."
올리브영 남포 타운이 들어선 부산 남포동 거리 초입 인근에서 군밤 노점을 운영하는 박숙자 씨(71)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박 씨가 이 골목에 나온 건 스물세 살 때였습니다. 어느덧 50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군밤을 팔며 남포동의 전성기도, 사람들이 빠져나간 시간도 지켜봤습니다. 요즘 그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이제는 외국인 손님이 없으면 장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할 만큼 거리의 얼굴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8일, 남포동 거리 초입에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대형 건물에 '올리브영 남포 타운'이 문을 연 겁니다.
약 900평, 4개 층 규모. 기존 '올리브영 광복 타운'을 옮겨 확장한 매장으로, 비수도권 최대이자 국내 올리브영 매장 가운데 두 번째로 큽니다. 매장명도 '올리브영 광복 타운'에서 '올리브영 남포 타운'으로 바꿨습니다. 부산 원도심을 대표하는 '남포'라는 상권의 정체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눈에 띄는 건 규모만이 아닙니다. 옛 풍경과 정취가 남아 있는 남포동. 최근 이곳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거리의 점포와 소비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900평짜리 초대형 올리브영이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물에 불이 켜지자

올리브영 남포 타운이 자리 잡은 건물은 과거 대형 패션 매장이 철수한 뒤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 있었습니다. 남포동 역시 오랜 시간 부산을 대표해온 상권이지만, 오래된 점포와 빈 점포가 함께 자리한 구도심의 풍경도 갖고 있습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이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던 시기, 매장 주변에는 약국들이 새롭게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약국이 인테리어를 단장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K뷰티와 웰니스 상품을 함께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약국도 등장했습니다. 주변의 비어 있던 점포에도 하나둘 새로운 간판이 걸리고 있습니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크루즈와 LCC 등을 통해 부산으로 들어오는 길이 다양해지면서 남포동 역시 기존의 구도심 이미지에 더해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남포 타운의 오픈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진행됐습니다.
초기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오픈 당일에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문을 열기 전부터 매장 밖으로 대기 줄이 생겼고, 이어진 올영세일 기간에는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비어 있던 대형 공간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주변 거리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리브영은 왜 지금, 남포동에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매장을 열었을까요?
왜 해운대도, 서면도 아닌 남포동일까

부산 사람들에게 남포동은 익숙한 장소입니다. 서면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상권이자, 오랫동안 원도심의 중심 역할을 해온 곳이죠.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부터 씨앗호떡 같은 오래된 먹거리까지. 부산의 옛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쇼핑과 먹거리, 관광을 짧은 동선 안에서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고 부산항과도 가깝습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부산을 여행한 뒤에도 계속 부산을 떠올리고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마음을 일컫는 ‘부산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오래된 풍경과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남포동은 '부산다운 부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목적지입니다.
여기에 최근 남포동을 비롯한 부산 주요 관광상권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고객군이 있습니다. 바로 크루즈 관광객입니다. 대형 크루즈가 부산항 등에 정박하면 관광객들은 버스를 타고 부산의 주요 관광지로 흩어집니다. 남포동에서는 가이드가 든 깃발을 따라 단체 관광객이 한꺼번에 매장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 점장 이혜민님은 앞서 광복 타운을 운영하며 이런 고객의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크루즈 고객들은 항공 이용 고객들과 달리 부산에서 숙박하는 게 아니라 몇 시간 정박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적은 다양하고 체류 시간은 짧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효율적인 쇼핑을 원하시는 소비 특징이 있습니다”
짧은 체류 시간, 다양한 국적, 그리고 대량 구매. 올리브영 남포 타운 1층의 특징적인 매장 구성은 이런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900평인데, 1층에서 웬만한 건 다 살 수 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K-Favorites Floor'가 펼쳐집니다. 4개 층을 가진 초대형 매장답게 층마다 전문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지만, 1층만큼은 조금 다릅니다. 스킨케어부터 색조, 헤어케어, 웰니스, K푸드까지 각 카테고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쇼핑을 마쳐야 하고 한 번에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크루즈 관광객 등 글로벌 고객이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빠르게 골라 담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차이는 고객을 맞는 응대 멘트에서도 드러납니다. "Welcome to Best K-Hair Care Zone."
1층에서는 각 카테고리를 안내할 때마다 'BEST'를 붙입니다. 반면 위층에서는 'Makeup Zone', 'Hair Care Zone'처럼 카테고리 자체를 중심으로 안내합니다. 1층은 지금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인기 있는지를 빠르게 고르는 공간, 위층은 원하는 카테고리를 더 깊게 둘러보는 공간으로 역할을 나눈 겁니다.
진열 방식도 다릅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에는 대량 진열에 특화한 '벌크(Bulk)형 집기'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기둥 하나를 상품 하나가 통째로 차지할 정도로 상품을 크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입구 양쪽에는 메디힐 마스크팩 기획세트와 딜라이트 프로젝트 베이글칩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들입니다.
"고객들이 들어오면서 일단 그 상품부터 집고 쇼핑을 시작하세요."
잘 팔리는 상품을 눈에 띄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한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글로벌 고객의 패턴을 집기와 동선에까지 반영한 겁니다. 오픈 초기 데이터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실결제 기준 내·외국인의 객수 비중은 비슷하지만, 매출에서는 외국인이 약 70%를 차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량 구매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운영도 이들의 움직임에 유동적으로 맞춥니다.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는 날에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예상해 근무 인력을 보강하기도 합니다. 누가 남포동을 찾고, 얼마나 머무르며, 어떻게 쇼핑하는지. 올리브영 남포 타운은 그 답을 매장의 동선과 진열, 운영 방식에 담았습니다.

빨리 사는 1층, 머무르는 2·3·4층
1층에서 빠르게 K뷰티 베스트 상품을 담았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부터 쇼핑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2층은 컬러 중심의 뷰티 큐레이션, 3층은 K푸드·웰니스·퍼스널케어(헤어·바디), 4층은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베스트 상품을 넘어 관심 있는 카테고리를 더 깊이 탐색하고 싶은 고객을 위한 공간입니다.
2~4층에서 눈에 띄는 건 '체험'입니다.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결과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피부 진단 서비스를 비수도권 매장 중 최다 도입했습니다. 페이스, 스칼프, 컬러핏 등 피부와 두피, 메이크업 고민에 맞춘 체험형 서비스도 운영합니다. 진단 결과값에 따라 고객의 피부 상태와 고민에 맞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4층에는 스킨케어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 인력인 ‘뷰티 컨설턴트’도 배치했습니다.
실제 고객의 쇼핑 동선을 따라가면 이 서비스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스킨스캔으로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뷰티 컨설턴트에게 자신의 고민에 맞는 어드밴스드 더마 등 고기능성 스킨케어 상품을 추천받습니다. 추천받은 상품을 직접 사용해본 뒤에는 뷰티 디바이스로 흡수시켜 보고, 마지막에는 수전이 설치된 공간에서 손을 씻을 수 있습니다.

상품을 진열해두고 자유롭게 테스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맞는 K뷰티를 찾고 직접 경험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쇼핑 동선으로 만든 겁니다. 반응도 빠릅니다. 오픈 초기 스킨스캔 기기 이용 건수는 하루 약 700건, 뷰티 컨설턴트 상담은 하루 약 40건까지 이뤄졌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부산 지역 고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선보여온 폭넓은 SKU와 고도화된 체험 서비스를 이제 부산에서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방문 요인이 됐습니다.
쇼핑의 작은 불편까지 줄이다
900평, 4개 층. 매장이 커지고 방문객의 국적이 다양해지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찾는 일부터 어려워집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은 그래서 1층 계산대와 별도로 '서비스 데스크'를 운영 중입니다.
상품과 층별 위치 안내부터 글로벌 관광객 대상 교환·환불, 증정품 수령, 분실물 접수, 장애인 고객 동행 등 결제 이외의 업무를 전담합니다. 결제 고객과 문의 고객의 동선을 나눠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고객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주 직원은 영어·중국어·일본어 응대가 가능한 구성원을 중심으로 배치했습니다. 부산 지역 올리브영 최초로 AI 통번역기도 도입했습니다. 직원이 직접 구사하기 어려운 언어도 통번역기를 활용하면 응대할 수 있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고객과도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층별 가이드를 건네고 원하는 상품의 위치를 안내하는 것은 기본. 때로는 "근처 맛집이 어디냐"는 질문까지 받습니다. 이혜민 점장은 이 공간을 '호텔 컨시어지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부산 여행에서 ‘무엇을 샀는지’보다 중요한 것

올리브영 남포 타운 곳곳에는 올리브영 굿즈가 전시돼 있습니다. 글로벌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여행 기념품입니다. 흥미로운 건 색깔입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핑크 컬러가 인기였던 굿즈가 올리브영 남포 타운에서는 블루 컬러가 더 잘 팔립니다. 바다의 도시 부산을 찾은 여행객이 고른 기념품에도 지역의 색이 묻어납니다.
이혜민 점장은 올리브영 남포 타운이 부산 여행 중 즐겁고 긍정적인 경험을 쌓는 장소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좋은 공간은 물건을 남기기보다 기억을 남긴다고 믿습니다. 올리브영 남포 타운에서 머문 시간과 경험이 한국을 떠올릴 때 함께 생각나는 특별한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먹고, 걷고, 구경하고, 쇼핑하는 부산의 여행 동선 한가운데 새로 문을 연 올리브영 남포 타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올리브영은 그렇게 오래된 남포동의 현재를 채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