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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초에 한 번, 올리브영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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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국내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누적 구매액이 2026년 8월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1~8월 외국인 결제는 1,101만 건으로 매장 영업시간 기준 0.9초에 한 번 이뤄졌으며,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2년 2%에서 2026년 8월 33%로 높아졌다. 올리브영은 16개 언어 번역기와 8개 국어 AI 쇼핑 어시스턴트, 38개 국어 AI 통역 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글로벌관광상권 매장과 센트럴 명동 타운·남포 타운을 확대했다. 외국인 매출은 강원·경주·대전·전주 등 비수도권으로 확산됐고, 귀국 후 글로벌몰을 통한 K뷰티 쇼핑과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여성이 매장에서 휴대전화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외국인 매출 1조원, 3개월 앞당겨진 이유 

2026년 8월, 올리브영 국내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누적 구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에는 11월에 달성한 숫자입니다. 올해는 그 시점이 석 달 앞당겨졌습니다.


1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 고객의 결제 건수는 1,101만 건. 매장 영업시간으로 환산하면 0.9초에 한 번씩 외국인 고객의 결제가 이뤄진 셈입니다. 세금 환급 데이터에 잡힌 고객의 국적은 192개국. 사실상 해외여행이 어려운 일부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올리브영 매장을 다녀갔습니다.


규모만큼 눈여겨볼 것은 속도입니다. 1조원에 닿는 시점을 석 달이나 앞당긴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2%에서 33%로 

2022년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였습니다. 그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고객은 매장 운영에서 예외적인 존재에 가까웠습니다. 이 비중은 2023년 10%대로 올라섰고, 지난해 상반기 26.4%를 지나 올해 8월에는 33%가 됐습니다.


올리브영 매장 계산대에서 직원들이 손님들의 결제를 돕고, 여러 줄로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매장에서 계산대에 서는 세 명 중 한 명이 외국인 고객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부가적인 배려가 아닌 매장 운영의 기본 조건입니다. 올리브영이 수년 전부터 외국인 고객을 위한 준비를 상품과 서비스, 공간 전반으로 넓혀온 이유입니다. 

언어의 장벽을 낮추고, 쇼핑의 경험을 넓히다 

처음 필요했던 것은 말이 통하는 일이었습니다.


2023년 7월, 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이 많은 60여 개 매장 근무자를 위한 현장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그해 11월에는 명동 타운을 국내 최초의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하며, 상품명을 국문과 영문으로 함께 표시하는 전자라벨을 도입했습니다.


약국 매대에서 두 여성이 화장품을 살펴보며 한 여성이 제품과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16개 언어를 실시간 통역하는 휴대용 번역기를 전국 매장에 비치했습니다. 카메라로 성분표를 찍으면 그 자리에서 번역해 주는 기능이 있어, 고객이 궁금해하는 성분을 직원이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해에는 글로벌 고객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 공간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AI가 매장에 들어왔습니다. 'AI 쇼핑 어시스턴트'는 키오스크를 통해 AI 아바타와 대화하며 상품 설명과 재고, 매장 내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받는 서비스입니다. 8개 국어를 지원해 직원의 도움 없이도 쇼핑이 가능합니다. 직원과의 상담을 돕는 'AI 통역 서비스'는 지원 언어를 38개로 늘렸습니다. 뷰티 매장의 언어를 따로 학습시켜, 고객이 모국어로 피부 고민을 설명하면 직원이 성분과 사용법을 상세히 안내할 수 있습니다.


매장 중앙에 ‘AI Shopping Assistant’ 키오스크가 서 있고 화면에 여성과 언어 선택 메뉴가 보인다.


2023년의 현장 매뉴얼에서 2026년의 AI까지. 3년 사이 올리브영 매장에서 언어가 걸림돌이 되는 순간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외국인 고객의 동선을 따라 진화한 매장 

서비스뿐 아니라 매장의 설계 기준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매장을 '글로벌관광상권'으로 지정해 관리합니다. 2010년대 중반 10~20개에 불과했던 이 매장은 2025년 11월 135개를 지나 2026년 8월 150개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매장의 10%가 넘습니다.


이 매장들의 운영 노하우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 올해 3월 문을 연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입니다. 950평 규모에 1,000여 개 브랜드, 약 1만 5,000개 상품을 갖춘 이 매장은 외국인 고객의 쇼핑 방식 자체를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초록색 전광판에 ‘IVE YOUNG’이 표시된 매장에서 사람들이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산대입니다. 대량 구매가 많은 외국인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22개의 유인 계산대를 두고, 상품 스캔부터 결제와 포장까지의 동선을 데이터로 분석해 결제 시간을 줄였습니다. 외국인 고객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마스크팩은 '마스크 라이브러리'라는 별도 공간에 800여 개 상품을 모았습니다. 또한 의료 관광객의 시술 후 관리 수요를 고려해 뷰티 디바이스와 더모 코스메틱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이 방식은 올해 8월 부산에 문을 연 올리브영 남포 타운으로 이어졌습니다. 900평 4개 층 규모의 비수도권 최대 매장인 남포 타운은 센트럴 명동 타운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비수도권 최초로 뷰티 컨설턴트 3명을 배치했고, 크루즈 관광객이 몰리는 낮 시간대에 응대 인력을 집중 투입했습니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25만 7,000명에서 올해 9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강원으로, 경주로, 전주로 

올해 데이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 고객의 발길이 닿는 범위입니다.


1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는데, 강원 지역 매장은 105% 증가했습니다. 경주(88%), 대전(80%), 전주(62%)처럼 그동안 내국인 관광이 중심이었던 지역의 신장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전통 한옥 지붕을 얹은 올리브영 매장이 교차로에 자리한 모습


지역 매장을 찾는 고객의 국적도 다양해졌습니다. 강원 지역은 지난해 76개국에서 올해 85개국으로, 경주 지역은 88개국에서 100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외국인 고객의 이동 방식 또한 흥미롭습니다. 올해 5월 글로벌관광상권 매장을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1인당 평균 2.8개의 매장을 방문했다고 답했습니다. 한 매장에서 쇼핑을 끝내지 않고 여행 동선을 따라 여러 지역의 매장을 옮겨 다니는, 일종의 스탬프 투어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이는 올리브영이 비수도권에 대형 타운 매장과 지역색을 살린 특화 매장을 늘려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올해 비수도권 투자 규모는 1,238억 원으로 2023년의 3배가 넘습니다. 8월 말 부산에 문을 연 올리브영 밀락더마켓점은 민락항에 정박한 가상의 선박 '올영호'를 콘셉트로 항구의 수산물 직판장 같은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매장마다 다른 풍경을 갖게 되면서 올리브영에 들르는 일이 여행 코스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넓어진 외국인 고객 장바구니 

한국에서 무엇을 사 가는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외국인 고객은 1인당 평균 6개의 상품을 구매했고 3명 중 1명(35%)은 한 번에 10만원 이상을 결제했습니다. 카테고리로는 기초와 색조, 헤어케어 순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피부과학에 기반한 K더모 스킨케어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늘었습니다. 이너뷰티는 64% 증가했습니다. 여행 기념품으로 선물하기 좋은 핸드케어는 전체 매출의 40%를 외국인이 차지할 정도가 됐습니다.


K뷰티에서 시작된 관심이 K웰니스로 옮겨가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문을 연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 올리브베러는 외국인 고객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돌아간 뒤에도 

여기까지가 매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K뷰티 쇼핑은 출국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전 세계 15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몰'을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주문 건수는 60% 늘었고 회원 수는 33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입점 브랜드는 2019년 130개에서 약 1,200개로 9배 이상 늘었습니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올리브영 앱의 화장품 할인 화면을 터치하고 있다.


매장과 글로벌몰을 잇는 장치는 주요 매장에 설치된 글로벌몰 가입 벤딩머신입니다. 글로벌몰 신규 회원의 약 30%가 이 자판기를 통해 들어옵니다. 한국에서 올리브영 매장을 경험한 고객이 귀국 후에도 글로벌몰에서 K뷰티 쇼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연결 고리입니다.


올해도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 올영세일 기간 글로벌몰 방문자 수는 지난해보다 180% 이상 늘었습니다. 한국에 오지 못한 고객들이 같은 시기에 온라인으로 세일에 참여한 것입니다. 

올영세일에 맞춰 다시 한국으로 

한 번 다녀간 고객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도 있습니다.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올영세일 기간에 연달아 한국을 찾아 쇼핑한 외국인은 3년 전과 비교해 11배 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세일 기간에 맞춰 세 번 이상 한국을 다시 찾은 외국인만 6,200여 명에 달합니다.


여러 계산대에 손님이 몰린 매장 안에 ‘EXIT’ 안내판과 18~22번 번호가 보인다.


외국인 매출 1조원이라는 숫자가 석 달 앞당겨진 배경에는 이런 흐름이 있습니다. 매장에서의 경험이 만족스러웠고, 돌아가서 써본 상품이 기대에 부응했고, 그래서 다음 세일에 맞춰 다시 한국행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외국인 고객이 매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입니다. 올리브영 판매 상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은 진열대에 놓이는 것만으로 190여 개국의 소비자를 만나게 됩니다.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입점 브랜드가 2020년 36개에서 지난해 116개로 늘어난 배경에도 외국인 고객이 있습니다.


0.9초에 한 번씩 외국인 고객의 구매가 이뤄지는 매장. 그 1,101만 번의 순간에는 각자의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구할 수 없던 중소·인디 브랜드를 매대에서 찾아낸 사람, 모국어로 피부 고민을 설명하고 맞는 상품을 추천받은 사람, 부산 여행 코스에 올리브영을 넣은 사람, 다음 올영세일에 맞춰 다시 비행기를 탄 사람.


이렇게 올리브영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 이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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